서양의 미술사를 쓴 책을 펴보면 거의 대부분 처음 나오는 내용이 이집트 미술이다. 남아있는 미술품이 많기도 하지만 서양미술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미술이 이집트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집트 하면 스핑크스, 피라미드, 황금으로 만들어진 여러 미술품 등이 떠오른다. 그들은 왜 이런것들을 남겼을까?
이집트 미술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영원을 위한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죽어도 그 영혼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그 영혼이 저승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육체가 보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이유로 죽은 시체는 특정 방법을 통해 썩지 않는 미라로 만들어 보존하였다. 이러한 미라를 위해 세워진 것이 피라미드이고, 그 피라미드를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했던 것이 스핑크스이다. 또한 피라미드 안에 그려진 벽화에는 죽은 자를 내세에 가서 보필하도록 하인들이 함께 그려져 있다.
그들이 남긴 벽화 속 인물들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독특한 느낌을 준다. 그 이유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그들만의 법칙으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가지는 표정의 변화를 표현하는데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것 같다. 벽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다 무표정하게 자신들의 역할에만 집중을 하고 있을 뿐이다. 본질적이고 변치않는 영원한 것에만 관심을 가졌기에 사소한 세부는 모두 생략하여 표현하였다. 이는 조각이나 벽화 모두 공통된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그리스에게로 이어지지만 곧 그들은 자신만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벽화와 그림
이집트인들의 미술은 특별한 법칙에 의해 그려졌지만 벽화와 그림, 2차원 미술과 조형물인 3차원 미술이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 둘 다 내세를 위한 미술임에는 같지만, 표현 매체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에 맞는 방식을 찾은듯하다.
이집트 미술은 아름다움을 위한, 장식용이 아닌 완전함을 위해 그려졌다. 모든것이 분명하고 영원하게 보존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그림 속에서는 우연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눈에 보이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었을 것이다.
벽화 속 인물은 그 본질을 나타낼 수 있는 특정 각도에서 그려져 있다. 머리는 옆에서 본 각도에서 그려졌다. 그러나 눈은 정면에서 본 모습으로 그려졌고, 신체 중 상반신인 어깨와 가슴은 정면에서 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래야만 두 팔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면으로 그려진 상반신과는 달리 다리는 측면에서 본 각도로 그려졌고, 그렇게 봤을때 발의 전체적 형태가 보여진다. 이때 그림 속 주인공의 신체를 가리거나 겹쳐지는 부분은 없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신체는 없는 것과 다름없고, 이는 내세에서의 영원한 삶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앞서 주인공, 혹은 개인을 그리는 특징을 말했다면, 또 다른 특징이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들간의 관계이다. 그림에서 보여지는 가장 크고 가운데에 위치한 인물이 무덤의 주인이다. '주대종소'라고도 하는 구도법으로, 주인은 크게 그 외 다른 인물들(부인, 하인)들은 작게 그려지는 구도법을 말한다. 우리나라 고구려의 고분벽화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림 속 주인공은 그의 부인이나 하인보다 더 크고 권위를 가진 모습으로 그려지고, 주변으로 조금 더 작게 그려진 것이 부인일 것이다. 그보다도 더 작게 그려지는 인물은 하인으로 보여진다. 인물의 크기로 주인과 하인의 관계를 분명히 하는 표현은 고대 이집트 미술에서는 계속해서 나타나지만, 아주 잠깐 그 법칙이 지켜지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다. 뒤에 나올 아크나톤 왕의 재위시기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남성의 피부를 여성의 피부보다 더 검게 표현하였다. 이러한 특징은 조각품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이다.
덧붙이자면, 모든 대상은 원근의 차이 없이 일직선상에 나란히 배치되어있다.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깊이감을 표현하는 방법은 시간이 조금 더 흘러야 나온다. 그 이전에는 이집트미술에서 보이는것과 같이 같은 위치에서 나란하게 배치되는데 이는 어떤 규칙이나 법칙으로 볼 수는 없다. 표현방법에서의 미숙이거나 혹은 그럴 필요를 가지지 않았을것이다.
위와 같은 특징들은 모두 사람을 표현할 때에만 지켰던 법칙이었다. 벽화 속에 그려진 동물과 새는 인물과 달리 생동감이 느껴지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는 동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을 수 있고, 동물은 죽으면 삶이 이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내세관이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한다. 지켜야 할 법칙이 있지 않아서였을까,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다. 모든 종류의 새와 물고기들은 지금도 그 종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져있다.
#조각상
내세에서의 삶을 위해 만들어지긴 했지만 벽화와는 다른 조각상만의 특징이 있다.
조각상은 인물의 좌우대칭의 부동성을 강조하여 표현되었다. 신체의 모든 부분은 좌우가 대칭을 이루고 있다. 또한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있으며 선명한 색으로 채색하였다. 자세는 좌상의 경우 두 손은 무릎 위에 올려져 있다.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표정의 변화는 없고,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은 그 인물이 가지는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던것 같다.
#아크나톤
이집트의 미술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정해진 법칙에 의해 큰 변화 없이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3천 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집트의 미술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유일하게 변화를 가져왔던 사람이 있었는데, 아멘호테프 4세로 불리는 왕이었다.
그는 아톤이라는 신을 숭배했고, 그를 태양의 모양으로 그리게 하였다. 그 신의 이름을 본떠서 자신의 이름을 아크나톤이라 불렀다. 그가 왕으로 재위했던 시절 그림을 보면, 이전 시기의 그림에서 보여지는 엄숙하고 딱딱함은 찾아볼 수없다. 부드러운 자세와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졌고, 왕과 왕비의 크기에서도 대등한 크기로 표현되었다.
이전의 미술품과 비교해보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빠른 운동감과 기쁨을 표현하는 크레타 미술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아쉽게도 그 변화는 오래가지 못하고 곧 끝나게 된다.
이집트 미술에 대해 알아보았다. 3천 년이 넘는 시간의 역사 동안 영원한 내세를 위한 목적을 가지고 많은 미술품들을 남겼다. 자신들만의 방법을 가지고 만들어낸 작품들은 그들이 얼마나 영원을 꿈꾸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과거에 만들어진 미술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들을 왜 알아야 할까?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우리도 이집트인들처럼 여전히 영원을 꿈꾸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이미 죽고 없지만, 그들이 남긴 미술품들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참고문헌 : <서양미술사>곰브리치, <게이트웨이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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